해변 모래밭에서 성을 지어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. 그러다가 파도가 밀려와서 정성스럽게 지은 성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적도요. 그럴 때 아쉬움에 탄성이 났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울거나 하루 종일 마음 상해하지는 않았습니다. 금세 잊어버리고 새로운 성을 짓거나 다른 놀이에 빠져들어 버렸었습니다.
이제 와 생각해보면 오히려 모래성이 무너질 때 묘한 후련함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. 그렇게 모래성을 쌓고 놀면서 우리는 꽤 중요한 걸 배웠었습니다. ‘삶에 예기치 못한 큰 물결이 오기도 한다는 것’, ‘그게 공들여 쌓은 걸 쓸어가기도 한다는 것’ 그리고 ‘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것’까지도 배우게 됩니다.
우리에게 잃어버리고 놓치는 걸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.
일을 열심히 해놓고도 잘 안된 것 같아서 자격지심에 시달리기도 하고,
남들이 뭔가를 배운다고 하면 나는 뒤처질 것 같아서 불안해 하기도 하고,
물건을 구입하면서 혹시 더 좋은 조건의 물건이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 저기 서성대기도 합니다.
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‘잃는 걸 즐기라’고 했습니다. 길 위의 몽상가이자 철학자였던 발터 벤야민도 도시가 자신에게 준 선물은 ‘길에서 헤매는 법’을 가르쳐 준 거라고 했습니다.
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주님께서 ‘두려워 말라,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’고 하셨습니다.
모래성이 무너져도, 더 좋은 물건을 놓쳐도, 길을 잃어도 사실은 괜찮기 때문입니다.
